안냐세여 이수치입니다! 추석 연휴를 맞이해 친척 분들이 계신 쿠알라룸푸르에 짧게 다녀왔어요.
워낙 급히 잡힌 여행이기도 했고, 저나 엄마나 관광에 욕심이 별로 없는데다 이번 여행은 가족 모임의 취지가 더 컸기에 3박 4일간 느긋하게 호텔 주변에서만 돌아 다니는 힐링(?) 여행으로 컨셉을 잡았습니다.
그만큼 숙소가 괜찮았기에 가능한 것도 있었겠죠? 그런 의미에서 혹시나 저희처럼 느긋하고 짧게 쿠알라룸푸르를 즐기고 싶으실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나마 숙소 위주의 포스팅을 진행해 보려 합니다. 5성급임에도 괜찮은 가성비를 자랑했던 쉐라톤 임페리얼과 인근 방문지 한 번 구경해 보시죠!
호텔 분위기
최근 방문했던 곳들의 숙소 물가에 비해 전체적으로 괜찮은 가격을 가진 쿠알라룸푸르였던지라, 엄마 찬스를 통해 조금 좋은 곳에 묵기로 했어요. 고민 끝에 공항에서 차로 약 1시간 거리인 쉐라톤 임페리얼을 선택했습니다.
연락처: +60 3-2717 9900
주소: Jln Sultan Ismail, Chow Kit, 5025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Malaysia
웬만한 5성급 이상 호텔은 도보 30분 정도 거리의 KLCC 파크에 모여 있는데, 쉐라톤은 워낙 지은지 된 곳이라 비교적 한산한 곳에 위치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방과 건물 전체가 엄청 널찍하고, 층층마다 쉴 공간이 많아서 로비의 한 곳만 북적거리거나 하지도 않아요.
예전에 지은만큼 철제로 하나 하나 만든 장미 장식, 대리석 계단 등 고풍스러운 느낌의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해요.
밤에는 더욱 예쁜 외관을 자랑합니다. 택시나 차가 문 앞에서 기다릴 수 없게 되어 있기에 그랩이나 차량 픽업을 부르실 경우 시간 맞춰 대기 하셔야 해요!
로비가 워낙 넓고, 구석구석 공간이 잘 되어 있어 편히 앉아 쉬어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도 호텔이 시끄럽거나 복잡하지 않아요. 저랑 엄마도 마지막 날 공항 가기 전 소파에서 한 두어시간 앉아서 수다 떨다 갈만큼 쾌적하지만 아늑합니다.
트윈룸 (퀸 베드x2)
₩15만원대 (성수기 기준)
하지만 물론 호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객실이겠죠? 뉴욕이나 서울에서 비싼 가격에 코딱지만한 방만 다녀본 저에게 이 곳은 신세계였습니다. 가격도 추석 연휴 끝나는 날부터는 10만원 대로 내려가더라구요. KLCC 파크 호텔들이 3-40만원대임을 고려하면 퀄리티에 비해 정말 괜찮은 가격이라고 생각 되었습니다.
환기는 못 하게 되어 있지만 널찍한 창문부터 테이블, 침대 모두 널찍 널찍해서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이전에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서 거의 두 배 가격으로 잡은 스위트룸이 이 방의 반 정도 사이즈였던 것 같은데,,
빨리 쉬고 싶은 마음에 대충 찍었음에도 보이는 옷장의 미친 넓이와 욕실의 더 미친 넓이. 가운, 슬리퍼, 다리미 등은 당연히 다 구비 되어 있고 샴푸, 린스, 컨디셔너 등의 샤워 어메니티가 보통 호텔들이 제공하는 작은 통이 아닌 큰 통에 들어 있어 따로 챙기지 않으셔도 넉넉히 쓰실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욕조와 샤워부스 둘 다 있는 호텔 화장실 너무 오랜만이네요.
쉐라톤 27층에서 내려다 보는 쿠알라룸푸르는 약간 종각 회사 건물에서 내려다 보는 뷰와 비슷했어요. 크고 높은 금융권 건물부터 오래 된 건물, 각종 새로 지은 건물 등이 한데 뒤섞인 뷰. 밤이 되면 야경이 은근 예쁜데 놀라울 정도로 고요하기까지 합니다. 소리에 예민하신 분들께 꼭 추천 드리고 싶은 이유에요.
조식 뷔페 및 부대 시설
MYR 58
오래 된 호텔임에도 조식 뷔페와 부대 시설이 잘 되어 있어요. 룸서비스도 별도의 서비스 금액은 붙지 않는다고 해요.
조식하면 생각나는 패스트리, 토스트, 오믈렛류부터 동남아식, 중식, 일식 등 다양한 문화권의 메뉴가 있어 꽤 야무져요.
샐러리 주스, 팬케이크, 계란 요리 등 개인 취향에 맞춰 커스텀 조리 가능한 메뉴들도 많습니다. 아침 챙겨 드시는 분들이라면 전 추천이에요!
직접 이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객실에서 내려다 보이던 야외 수영장도 있어요. 실제로 가면 꽤 넓을 것 같은 규모.
가끔 24시간 운영 안 하는 호텔 피트니스도 있던데 여기는 24시간이라 아무때나 방문 가능한 게 좋아요. 스트레칭존도 넓고, 아무래도 이용률이 높지는 않은지 몇몇 기구가 고장난 것 같기도 한데 전체적으로 청결하게 관리된 것 같습니다. 특히 유산소 존 앞으로 보이는 뷰가 아주 굿.
호텔이 아무리 좋아도 그 안에만 있으면 좀 답답하잖아요? 그럴 때 마실겸 다녀오기 적당한 곳들도 있습니다. 물론 막 미치게 맛있거나 가격이 엄청 좋은 곳들은 아닐 수 있지만, 제 기준 이 정도만 되어줘도 땡큐였어요. 호텔 로비에서 쇼핑 아케이드쪽 출구로 나가면 바로 보이는 작은 거리에 식당, 카페, 소품샵 등이 아기자기하게 있거든요.
Common Grind
일단 개인적으로 가장 무난하고 만족도 높았던 것은 Common Grind 카페.
일찍 닫는다는 단점이 있지만, 햇살 받으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 딱 좋은 구조에요.
메뉴도 꽤나 다양합니다. 콘센트 자리도 몇 개 있어서 카공 하시는 분들 은근 있으시더라구요?
저는 라즈베리 피스타치오 케이크와 플럼 쿨러를 시켰는데, 케이크는 약간 정통 미국 느낌의 배부른 케이크에 필링도 꽉꽉 있어서 맛있더라구요. 음료는 오히려 좀 감초 같은 살짝 비릿한 끝맛?이 있어서 살짝 아쉬웠어요.
Batik Boutique
미리 말씀 드리지만 가성비는 썩 좋지 않은 Batik Boutique 소품샵입니다. 하지만 간단히 들러 구경해보기 좋아요.
염색 의류, 반다나, 가방, 비누 등 다양한 물건을 조금씩 가져다 놨어요.
여기서 눈 즐겁게 구경 하시고 쇼핑은 호텔 맞은편 퀼몰이나 KLCC파크의 파빌리온, 수리아 가셔서 하는 것으로... 쇼핑의 성지인 KLCC 파크 포스팅도 따로 할테니 참고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쿠알라룸푸르의 매력은 무성한 초록색인 것 같아요. 쨍한 햇빛에 더 빛나는 녹음이 시각적으로 힐링됩니다. 그냥 여유롭게 산책하기에도 좋을 것 같은 쉐라톤 옆 길이에요.
퀼 시티 몰 (Quill City Mall)
쉐라톤 바로 맞은 편에 있는 퀼 t시티 몰은 나름 큰 규모의 쇼핑몰이에요. 하지만 이태원 해밀턴 쇼핑몰처럼 옛날 느낌의 물건들 위주라 지하 푸드코트, 1층의 왓슨스, 2층 H&M처럼 굵직한 매장 외에는 거의 비어 있으니 여기도 그냥 가벼이..즐기시는 용도로...
영업 시간: 매일 10:00 ~ 22:00
연락처: +60 3-2603 1111
주소: 1018, Jln Sultan Ismail, Bandar, 50250 Kuala Lumpur, Wilayah Persekutuan Kuala Lumpur, Malaysia
참고로 쉐라톤 입구에서 바로 건너는 횡단보도가 없어 무단횡단 하시는 분들이 자주 보이는데, 안전에 위협을 느끼시는 분들은 쉐라톤 입구로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꺾어 쭉 직진하시면 조금 먼 거리에 횡단보도가 있으니 거기서 건너셔도 됩니다.
퀼 시티 몰 건물에 붙어있는 퀼 레지던스 (Quill Residences) 였나는 하루에 한화 약 6만원 정도 하는 레지던스인데, 말 그대로 부엌에 세탁기까지 잘 되어 있고 관리도 깨끗하게 되어있는 곳이라 단체 여행 오실 때나 장기 투숙하실 때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다음 방문이 있다면 저 곳으로 눈여겨 보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방문한 날은 웨딩 엑스포 같은 걸 진행 중이었는데, 가끔 그렇게 큰 행사를 대관해서 하나봐요.
지하 1층에 내려 가시면 꽤 다양한 음식점이 있으니 간단한 식사 즐기시기 적당합니다.
파빌리온이나 수리아보다는 못 하지만, 급하거나 멀리 가기 귀찮을 때 이용하기에는 더없이 훌륭한 그로서리도 있습니다. 확실히 커피가 맛있는 나라여서인지 믹스커피류가 엄청 발달했더라구요.
Kluang Station
도착 첫 날 지하 1층에서 식사한 곳이에요! 본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식사는 그냥 그랬고 커피가 엄청 맛있었습니다.
저희는 저녁이라 좀 더 현지식 스러운 메뉴를 시켰지만, 메뉴판을 보니 브런치 종류부터 다양하게 파는 것 같아요. 경험상 이 곳 디저트나 베이커리류도 다 평균 이상이었어서 오히려 브런치 메뉴는 무난할지도?
역시나 더운 나라여서인지 웬만한 음식점은 다 음료 메뉴가 엄-청 다양한 것 같아요. 식사 실패한 적은 있어도 음료 실패한 적은 비교적 적었던 것 같은 쿠알라룸푸르.
동남아 알못인 저에 비해 나름 경험이 있으신 엄마는 락사가 말레이시아의 맛도리라며 커리 락사를 시키셨어요. 면은 살짝 설익은 밀가루 맛 같은 게 좀 나고, 국물이 덜 베어 있어서 그냥 그랬는데 국물이 시원하니 맛있더라구요.
저는 어떻게 읽어야할지도 모르는 이름의 해물 고기 국수를 시켰는데 개인적으로 그냥..그랬습니다. 가는 쌀국수와 굵은 라멘같은 밀가루 면이 섞여 나왔는데 워낙 국물이 베어든 면 맛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설익은 맛이 취향에 아쉬웠던 것 같아요.
하지만 커피는 정말 만족스러웠다는 점! 발음도 비슷한 코피를 시켰는데 기본 커피 자체에 살짝 간이 된 것 같아요. 버터리한 맛과 달달한 맛, 그리고 시큼한 향의 마무리가 어우러져 엄청 깔끔한 뒷맛과 풍부한 느낌을 내는데 아메리카노의 물 같은 깨끗한 맛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어요. 한국 맥주와 독일 맥주의 차이 같은 느낌이었달까요. 만족하신 어머니께서는 이 가게 원두도 사오셨는데 지금도 잘 드시고 계십니다.
Hometown Hainan Coffee
버블티 덕후인 제가 도착 첫 날 도전했던 코피 버블티는 말 그대로 위에 소개 드린 코피의 아이스 버전에 펄이 추가된 음료였어요. 1층 에스컬레이터 앞 명당에 자리했길래 맛집인가 했는데 식사까지 파는 대형 매장이었더라구요.
전...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냥 아아에 버블티면 따로 놀았을텐데 코피 특유의 버터리한 맛이 약간 신 밀크티 같으면서 펄이랑 잘 어울렸거든요. 확실한 건 코피가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이 곳에서밖에 못 먹어봤다"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드는 음식 중 하나였다는 점!
Tealive
우리나라 공차급으로 자주 보이던 Tealive도 저에게 만족스러운 버블티 경험을 선사해줫습니다.
일단 공통적으로 제가 쿠알라룸푸르 있는동안 마신 버블티들은 펄이 다 기가 막히게 삶아져 있었어요. 버블티의 핵심은 펄인 것 아시죠 여러분..?저는 너무 행복했답니다,,★
당도나 얼음은 따로 말씀 드리지 않으면 조절 되지 않는 것 같으니 한 번씩 체크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펄을 잘 삶아주셨을 뿐 아니라 양도 엄청 넉넉해서 음료 다 마신 뒤에도 펄이 무조건 남아 있어요.
그럼 다음에는 쉐라톤 옆 동네이자 쿠알라룸푸르의 대표 관광지 및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KLCC 파크와 파빌리온, 수리아 후기를 들고 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