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냐세여 이수치입니다!
요즘 블로그에 뜸했더니 올려야지 마음만 먹고 정리도 안 해둔 맛집들이 수두룩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보물창고 안에서도 가장 애정 가는 맛집을 n개월만에 꺼내왔습니다. 바로, 직접 채집해온 재료들을 포함한 한국 식재료를 (외국) 셰프님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퓨퓨퓨퓨전 한식 레스토랑, 미슐랭 원스타에 빛나는 에빗!
좋은 기회가 닿아 먹지 못했더라면 한동안 못 가봤을만큼 가격대가 있는 편이었지만, 그만한 가치도 충분했던 곳. 각종 체험과 맛난 식사가 공존하는 이색 레스토랑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 글을 작성할 때만 해도 흑백 요리사가 뜨기 전이었는데, 포스팅을 미루는 사이 에빗의 헤드 셰프님께서 #흑백요리사 출연을 하셨더라구요! 개인적으로 1:1 대전에서 탈락하신 게 너무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에빗은 추천드리는 식당입니다ㅎㅅㅎ
위치/매장 분위기
웬만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다 모여있는 신사동 도산대로.
영업 시간: 화-수 17:30 ~ 22:30
목-토 12:00 ~ 22:30
브레이크타임 14:30 ~ 17:30
연락처: 0507-1399-1029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10-5 1층 EVETT
※매주 일-월 휴무※
꽤나 넓은 구역을 차지한 에빗은 꽤나 핫하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들의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우드톤 인테리어에 곡선을 많이 활용한 내부가 상당히 제 취향이었어요.
이 날은 4인 룸을 이용했던지라 메인 공간을 구경해보지 못 했지만, 멀리서 봐도 분위기 좋고 쾌적하게 잘 꾸며두셨을 것 같더라구요.
저는 주룩주룩 비가 왔다 말았다 하는 흐린 날에 방문했는데, 발코니로 통하는 통창이 있는 방이라 운치 있고 좋았습니다.
식사 내내 눈도 입도 즐거웠던 에빗에서의 첫 식사! 이제 음식 구경으로 넘어가 볼까요~?
런치 코스
₩150,000
총 8개의 메뉴로 구성된 런치 코스 시작에 앞서, 식전차가 나옵니다. 이때부터 블로그 찍을 준비를 미리 했었더라면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을텐데...
어리석었던 저는 식전차도, 거대한 나무에 주렁주렁 달린 첫 메뉴가 나오는 광경도 찍지 못했더랬죠. 그저 황급히 메뉴판이라도 찍었을 뿐.
저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 첫 메뉴, 나무. 이름 그대로 제 상체만한 나무의 가지마다 패스트리가 명수에 맞춰 걸려 나오는데, 이 때부터 이미 비주얼적으로 놀라서 살짝 배가 부른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 충격은 다음 메뉴인 물회에서도 이어집니다. 난생 처음 보는 비주얼과 이에 걸맞는 색다른 식감, 그러나 익숙한 이름. 마치 맨해튼에서 방문했던 나로가 생각나는 경험이었어요.
외국인들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한식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늘 뛰어넘는 것 같아요. 셰프님께서는 제철 재료들을 직접 수집하러도 자주 다니신다는데, 물회에서도 탱글한 식감과 동시에 향긋한 향이 독특했습니다. 젤리같은 식감과 아작한 회가 잘 어울렸어요.
처음 봤을 때는 고기처럼 보였던 옥돔. 그나마 맛이 제가 생각한 것과 비슷했던 메뉴였는데, 제 입맛에는 조금 짰습니다.
바삭한 겉껍질의 식감과 안의 촉촉한 생선살 조합이 좋았는데, 아쉬웠던 것은 짭쪼롬한 소스가 너무 묽어서 생선에 잘 배어들지 않았다는 점?
소스도, 생선도 짭쪼롬한 편이라 조금 아쉬우려던 찰나, 효모를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빵이 나옵니다. 옆에서 식사하시던 어머니께서 명쾌하게 정의해주셨어요. "이거 술빵이네" ㅎ
그래도 셰프님의 센스에 감탄했던 건, 입이 살짝 짜질 때쯤 시원하게 헹궈낼 수 있는 메뉴가 나옵니다. 차가운 돌그릇 안에 시원한 샤베트가 나오길래 이게 뭘까 했는데, 세상에 식혜였습니다. 몇십년간 한식 요리를 해오신 할머니께 이 메뉴 이름을 말씀 드리자, 상상 그 이상이셨는지 말 그대로 피식 웃으시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적절한 타이밍에 딱 필요했던 맛이라 최애 중 하나였어요.
호불호가 조금 갈렸던 전복은 크리미한 소스에 바삭한 식감을 가진 김부각 같은 것이 얹혀져 나옵니다. 저는 이런 버터리한 소스와 전복의 조합을 좋아하는지라 너무 맛있게 먹었는데, 버터리한 맛 좋아하지 않는 사촌 언니는 조금 느끼하다더라구요.
탱글한 전복과 바삭한 김부각(?), 그리고 그걸 이어주는 버터리한 소스의 조합이 저는 너무 좋았어요! 양이 많았으면 느끼했을 수도 있겠지만, 제 주먹만한 양인데 질릴 틈이 있겠습니까..^^ 코스 요리는 이런 맛으로 먹는 거 아니겠어요.
식사 메뉴는 오리와 한우 중 택할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우는 아무리 맛있어도 예상되는 맛일 것 같아서 오리를 택했어요. 제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레어로 나왔습니다.
한우 역시 레어 굽기로 부들부들하게 나오는데, 예상했던 맛 그대로라 너무 맛있지만 특별하진 않았어요.
오리도 맛 자체가 특별하진 않았지만, 전 훈제보다 이렇게 스테이크처럼 구워 나오는 오리를 좋아해서 곁들여 나온 나물 내지는 채소와 맛있게 먹었답니다.
그리고 한식에 빠지면 섭섭한 것, 바로 밥과 김치. 밥은 보시다시피 뚝배기에 담겨 나오지만 김치는 어디있냐구요? 기절초풍하게도 오른쪽에 보이시는 얼음이 김치랍니다. 동치미 느낌으로 만드신건지 모르겠는데, 워낙 고기는 고기만 먹는 것을 좋아해서 밥과 김치가 크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에빗의 장점은 모든 메뉴가 너무 색다르고 상상 이상인데다 보는 재미가 있어서, 배는 조금 덜 찰지언정 시간도 너무 잘 가고 먹은 양에 비해 천천히 소화되기에 배가 좀 더 부른 느낌이 듭니다(?). 절대 디스 아니고, 코스 요리 먹고 절대 배불러본 적이 없던 저에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양이었기에 남기는 후기에요!
고기 자체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기상천외 아름다운 요리의 향연 속 이렇게 예상되는 맛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 싶었어요.
왜냐하면 바로 또 상상치 못한 음식이 등장하거든요. 그 이름도 화려한 금귤.
위에 얹힌 여러 겹을 쪼개서 퍼먹으려는데, 단점이라면 제가 원하는만큼 예쁘게 잘 안 부숴진다는 점?
장점은 엄청 예쁘고 맛도 있다는 점!
금귤 향을 너무 거부감 들지 않게끔 부드럽게 식감으로 풀어낸 느낌이에요. 역시나 식사 중간에 입을 헹궈주는 용도로 딱이었습니다.
입을 헹구자마자 디저트로 차&다과가 나옵니다.
차 대신 커피도 가능했던 것 같은데, 저는 이 날의 테마에 맞춰 차를 마셨어요. 사실 얼마나 특이한 차가 나올지 궁금한 마음에 시킨 것도 있었지만요 ㅎㅎ 적당히 씁쓸 묵직한 맛이었던 것 같은데, 다녀온지 하도 오래되서 기억이 좀 가물가물,,
사실 저 화려한 플레이팅에서 실제로 먹을 수 있는 것은 테두리에 얹힌 조그만 친구들 뿐인데, 그 중에서도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카라멜이 제일 제 취향이었어요.
그렇게 여유로이 식사를 마무리하려던 찰나-
난데없이 테라스 문이 열리더니 밖에서 시작된 캠프 파이어와 친히 맞이해주신 헤드 셰프 조셉 리저우드님.
알고보니 차&다과가 끝이 아니라, 이 날의 특별한 디저트가 또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흑백요리사에서 조셉 셰프님 기상천외한 요리 하시는걸 보며 전혀 놀랍지 않았던 게, 더한걸 경험해봐서였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백수저 분들 중 가장 화려한 퍼포먼스를 즐기시는 분이 아닐까...
캠프파이어에서 해먹는 마시멜로우 구이 느낌으로 꽃잎과 시나몬 가루를 얹어주십니다. 먹을 수 있는 풀 역할의 액체를 발라주셨는데, 맛은 거의 무맛이었던 것 같아요. 꽃잎 식감이 궁금해서 꾹꾹 눌러 잔뜩 찍어봤습니다.
원래 있는 이벤트인지, 셰프님과의 개인적 친분 + 스페셜 데이에 대한 이벤트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즐겼다는 것만은 분명.
마시멜로우와 찹쌀떡을 섞은 식감이었고, 꽃은 사실상 너무 부드럽기만한 식감에 아삭함을 살짝 얹어주는 역할인 것 같아요. 향은 시나몬에서 더 납니다.
에빗이 처음 오픈하던 시절부터 좋아하셨던 어머니께서 늘 "식당에 가면 자꾸 선물을 주는 곳이 있다"라고 하셨는데, 정말로 이런 나가는 길에 이런 그림을 하나씩 주십니다. 계절별로 내용이 바뀌는 것 같은데, 직접 그리신 것으로 추정되는 뽀짝한 기념품까지 챙기는 색다르고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자주 먹을 수 있는 금액대는 아니지만, 분명 그 가격대를 충분히 맞췄던 것 같은 #미슐랭원스타 레스토랑, 에빗! 열심히 돈 벌어서 특별한 날 또 오고싶은 곳임에는 틀림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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